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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잡담\여행

이민자로 산다는 것

 

 

추석이 되어 고국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던 그 시절 엑스포에나 소개될 법한 화상 전화를 손에 들고 스마트폰 앱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 나는 아직 20세기 소년의 느낌을 간직한 21세기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어느덧 내 옆에는 아내와 두 아들들이 있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 엄마 아빠 형 나 이렇게 넷이던 우리 가족이 이제는 3 세대 3 가족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갈 수록 시간은 상대적으로 빨리 흘러(전혀 상관없음). 나의 이민 생활은 점점 고향에서 보낸 기간을 따라잡고 있다. 마냥 해외로 나와 들뜨고 신나서 보낸 몇 년이 지나고 가정을 꾸리고 책임이 늘어 앞만 보고 달린 10년, 이제 바라던 우리 집도 생겼다. 우리 집에 첫 발을 디딘 날이 바로 추석 연휴의 첫날. 고국에 부모님과 형, 형수님 그리고 조카들 다 같이 영상 통화를 했다.
내 집 마련의 기쁨으로 마냥 방방 뛸 줄 알았는데, 영상 넘어 고국의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새삼 멀리 떨어져 있음에 마음이 무겁다. 5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아들이 됐다는 것. 손자들 자주 못 보게 해 드려 불효자는 웁니다 ㅠㅠ
명절 때만 고국의 가족들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명절이면 평소에 잊고 지내는 이민자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해 진다.
모든 한국을 떠난 분들이 나처럼 오랫동안 고국 방문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4가족 비행기표를 끊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투자일 것이다.
이민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본 적도 있고. 나는 캐나다에 산다는 것이 자랑인양 어깨에 힘이 들어간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민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은(이민 1세대) 성공적인 삶의 여하를 떠나 마음 한 구석에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마음 속에 사명감을 가지려 한다. 고국을 떠났다는 죄송함 일지도 모르고, 뿌리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 일 수도, 또는 아이들의 미래의 자산이라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어를 꼭 가르치겠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을 첫째 목표로 다시 한번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련다.

 

이민생활은 많은 관계로 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지만, 너무 많은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부작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