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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잡담\여행

여보 미안해

지난 주말은 캐나다의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 연휴로(10~12일) 3일의 시간이 비어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예년 같으면 장모님 댁으로 놀러 가 칠면조 구이를 먹었을 텐데.. 칠면조 구이에 크렌베리 소스를 두르고, stuffing(삼계탕에 찹쌀 넣듯 칠면조에 식빵을 넣음)과 으깬 감자에 gravy(고기 기름으로 만드는 소스)를 부어서 두 대접, 거기에 맥주를 쭉! 그리고 샐러드로 입가심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파이(pie) 한 조각을 후식으로.. 생각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포만감이... 아니 오늘은 먹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데..ㅎ

 

바깥에서 일하는 남편 때문에 지난 열흘 남짓 새 집 페인트 칠을 혼자 하다시피 한 아내, 이사를 하기 전에 마무리를 하려 안간힘을 썼다. 밝은 색으로 칠을 하다 보니 한 겹으로는 밑에 색이 가려지지 않아 두 번을 칠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려 버렸다. 약간 마무리가 덜 됐지만 작업을 하느라 어지러놓은 집을 다시 이사를 위해 정리, 그 와중에 회사에서 연휴 마지막 날 출장 공사 스케줄이 잡혔다. 3일 천천히 기운 안 빠지게 이사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날벼락이.. 페인트 칠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짐을 남겨두고 떠나기가 미안해서 어떻게든 이틀 동안 짐 옮기고 새 집 세팅까지 마치리라 생각하고 전날 저녁에 미리 트럭을 빌렸다.

연휴로 학교를 가지 않은 아이들, 다음 이사 때 쯤에는 큰 도움이 되겠다 ㅎ

이미 페인트 칠을 하느라 기운이 빠진 아내와 둘이 짐을 다 옮기려니 나 또한 빠르게 지쳐 이삿짐을 새 집으로 다 옮기는 데에만 하루 해가 져 버렸다. 몸이 천근만근.. 잠을 잘 수 있도록 침대를 조립하고 하루를 마감, 다음 날 나머지 가구를 조립하고 짐을 풀고 남겨 놓은 주방 짐을 가서 가져오니 하루가 이리도 짧은지.. 몸이 지쳐 효율이 나질 않았다. 하루를 가져간 회사가 너무 야속했다. 결국 이삿짐을 다 풀지 못하고 출장을 오게 됐다. 예전 집 청소도 고스란히 아내 몫으로.. 여보 너무 미안해.

 

내일은 3일간 출장의 마지막날로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를 마감하며 너무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해 본다.

지난 10년 이 도시 저 도시 이사를 많이도 다녔다. 이제는 정착하고 싶었던 우리 가족의 바람이 이루어져 우리 집에서 이사 안 가고 오래오래 살 수 있다. 이번에 그리고 지금까지 이사하느라 너무 고생했어요 여보. 연휴 때 놀러는 못 갈망정 일만 시켜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제 든든한 우리 집이 생겼으니 그 행복으로 피로를 풉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