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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의 직업

10월의 마지막 주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업체들이 공사를 마무리하려 해서인지 회사가 부쩍 바쁘다. 코로나 2차 유행으로 한창 떠들썩한 이 시국에, 겨울 동안 가벼워질 내 월급봉투를 대비해 주는 것인지 큰 공사가 잡혔다. 10일간의 공사 스케쥴이 잡힌 것. 열흘 동안 집 나와 살 짐들을 꾸린다. 이제 이 일도 2년 차, 짐 싸는 일이 손에 익는다. 밖에서 며칠 지내보면 평소에는 모르는 가족들의 빈자리가 정말 크게 느껴진다. 외로움과의 싸움. 그중에도 혼밥의 외로움이란..

단촐한 한 끼.

식대가 나오지만 밖에서 사 먹자니 돈이 아까워 음식을 싸서 다닌다. 

멀리서도 먹을 수 있게 음식을 준비해주는 아내, 천사가 따로 없다.

덕분에 맛있는 집밥을 ㅎㅎ


이번 공사는 알버타 북쪽의 포트 맥머리에서 미국 국경까지 이어지는 키스톤 XL 파이프 라인(미국에서는 텍사스 주까지 간다고 한다)의 중간 펌프 스테이션 내에 통신탑을 세우고 안테나를 설치하는 공사였다. 지난여름에 와서 기초 공사를 해 놓은 자리였다.

세우는 탑보다 더 높은 크레인이 와야 끝까지 올릴 수가 있다.

완성된 탑에 안테나를 설치한 모습

 

새로 세운 탑은 150피트로 50미터 정도이다. 주위에 다른 설비들이 많아 크레인으로 한 층씩 올려 연결하는 식으로 시공을 했는데, 다음에는 꼭 삼각대를 가져가 영상을 남겨야겠다. 탑 시공의 꽃을 공유 못 해 너무 아쉽다.
새로 단 접시 안테나와 신호를 교환하는 반대쪽 안테나는 1시간가량 떨어진 90미터짜리 탑의 꼭대기에 달았다.

저 탑의 꼭대기에 접시를 달아야 한다. 높이가 높을수록 일이 고되다.

트럭 앞유리가 너무 지저분 ㅎ

이 높이의 통신탑들은 실물로 보면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다. 편평한 알버타의 평원에 홀로 우뚝 서있는 모습.

운이 좋게도 날씨가 영상에 머물러 두꺼운 겨울 겉옷들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동네 전신주에서 작업하시던 한국전력 아저씨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언제 봐도 광활한 캐나다의 대지.

위험해 보이지만 탑 위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안전 밸트를 이해하고 몸을 맡기는 것이 있다.

90미터 지점에 내 키만 한 접시 안테나를 밧줄로 올려 설치한다.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내가 하는 작업들은 참 투박하기 그지없다 ㅎㅎㅎ 

열흘간 주말 없이 강행군으로 공사를 끝냈다. 초과근무수당이 짭짤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몸을 혹사하여 노화가 빨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시간이 돈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ㅋㅋ 한참 가족이 그리울 때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황금빛 평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별로 안 보고 싶었지? 집을 난장판 만들어 놓구선 어색한 웃음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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