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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의 직업

Fort McMurray(포트 맥머리) 현장

5박 6일의 일정이 잡혀 포트 맥머리로 향했다. 알버타 북부 오일생산의 중심지 포트 맥머리..지나가는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어느 도시가 바로 이곳 포트 맥머리였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코로나 원 투 펀치로 인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 올 봄에는 엎친데 덥친격으로 Ice Jam(얼어 있던 강물이 녹으면서 많은 양의 얼음이 떠내려와 강이 막히는 것) 때문에 강물이 넘쳐 홍수까지 나는 바람에 그나마 열기 시작한 점포들 마저 또 다시 피해 복구 작업이 필요한 상황. 알버타의 찬란한 영광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일까...

 

이와는 별개로 나의 직장은 다시 정상 가동 되어 기나긴 휴식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제 자유생활은 끝나는 것일까.

아이들 학교는 방학을 해서 이제 홈스쿨도 없는 상황, 내가 출장을 자주 나오게 되면 아내가 혼자서 아이들과 하루종일 부대껴야 할텐데..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번 작업은 땅 파는 것부터 시작해서 탑을 세우고 접시를 다는 것까지, 통신탑 건설의 종합편이 되겠다. 작업도중 사진을 찍을 짬밥이 되지 못해 놓친 부분이 많다는 건 함정.

애드먼튼에서 현장까지는 500Km가 다 되는 거리..이렇게 트럭에 장비를 잔뜩 싣고 트레일러까지 끌고 숙소로 운전을 해서 가는데 하루를 보냈다. 

포트 맥머리 에서 남동으로 35km 떨어진 그레고어 호수, 그리고 호수 변으로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 곳에 상수도 시설 건물에 통신탑을 시공하는 프로젝트! 저 건물 옆 잔디밭에 몇 일 후면 탑이 우뚝 선다.

우리 회사는 미니 포크레인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공에는 탑의 기초 공사로 Screw pile(스크류 파일 : 땅속에 봉을 심는 기초공사) 시공을 하기 때문에 협력 업체에서 어미 포크레인을(Screw pile drive를 장착했다) 싣고 왔다.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 

10미터 짜리 봉 3개를 탑의 다리 개수에 맞추어 땅에 심는다. 봉의 밑 쪽 끝이 나사 모양으로 되어 있어 때려 넣는 것이 아니고 돌려서 심는다. 

 

말로 설명하려다 한참 썻다 지웠다 실랑이를 하다가 인터넷에서 좋은 그림을 찾아서 올렸다. ㅎㅎ 이렇게 쉬운 것을 끙끙거리며 알지도 못하는 용어를 찾아보느라 괜한 고생을....

한참 시공을 할 때는 엄청 큰 공사를 하는 것 같이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하지만, 일단 공사가 끝나면 그 큰 장비도 가고, 큰 기둥들이 이렇게 땅으로 숨어버려서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땅에도 상처가 많지 않고 감쪽 같다. 이렇게 주변에 부담이 없고 효율적이어서 기초 공사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쇠파이프를 같은 높이로 맞추어 자르고 탑을 올릴 수 있도록 세팅을 하는 것은 용접 공의 몫이다. 기초 공사하는 업체, 용접하는 업체, 크레인 업체, 그리고 우리 회사까지 작은 공사 같지만 은근 규모가 있다 ㅎㅎ

이렇게 기초 공사가 마무리 되고 탑 주위로 접지선을 설치하기 위해서 땅에 고랑을 판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사진! 크레인이 탑에 매달린 건지 탑이 크레인에 매달린 건지 헷갈리는 모습.

 

탑이 조립 될 때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바빠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일단 조각들이 배달이 오면, 하차를 하고 포장을 뜯고 분리를 해서 순서대로 나열하고 조립을 하는데,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서 제일 힘들었다. 탑의 조각들이 빼빼 말라 보이지만 제일 작은 꼭대기 조각이 아니면 사람의 힘으로 들기는 어렵다. 일일이 크레인의 힘 빌려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도 많이 가고 팀워크가 필요한 작업이다. 이럴때 베테랑과 정말 짬밥 차이를 느낀다.

 

작년에 같은 공사를 하는데 탑 조각을 하나씩 올려 쌓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립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고 주변에 크레인 작업에 위험요소가 없어 땅에서 조립을 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위에서 작업하는 것 보다 밑에서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렇게 뚝딱 탑이 세워졌다.(사실은 3일 걸림ㅎㅎㅎ) 이 탑에 오르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역시 바닥에서 기는 것 보다 이렇게 위에서 작업 할 때 기분이 좋다. 동료 브루스와 함께 탑의 정상에 올랐다.

탑에 오르며 도르레와 줄을 가지고 꼭대기에 설치하면 필요한 부품과 장비들을 줄에 메어 올려 받을 수 있다. 이제 통신 접시를 달고 선을 연결, 각종 부수적인 장치들을 내려오면서 설치하면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다.

정상에서 인증샷은 빼 먹을 수 없지..

탑 위에서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내려와서 오름 방지 판을 설치한다. 믿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종종 탑에 올라가서 논다고 한다. 돌을 가지고 올라가서 던져 주변 기물들이 파손된다고...

 

마지막으로 파 놓았던 고랑을 메우고 잔디 수리까지 마쳐야 한다. 그리고 주변 정리를 하면 드디어 공사 끝! 오는데 하루 가는데 하루를 빼면 공사일정은 4일로 공사 규모로 보면 짧은 기간이다. 알고 보면 처음에 공사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업체를 선정하고, 현장 시찰하고 하는 여러가지 단계가 더 있겠지...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누군가 이런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ㅎㅎㅎ 아뭏튼 오늘도 안!전!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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