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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의 직업

캐나다 취업 맨땅에 헤딩한 썰

 

 1 년 반동안의 벤쿠버 생활을 접으면서 이사갈 곳을 물색하던 중 장모님댁 근처 산업단지가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2016년 국제유가 하락을 기점으로 알버타와 사스카츄완주 경제가 아작난 것은 하도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명색이 알버타의 주도 애드먼튼, 30대 이민자 하나 몸빵할 곳은 있으리라. 정 안되면 일식당 경험도 있으니 캐나다 어디든 있는 스시 레스토랑에 취업하면 어떻게든 먹고 살겠거니 하는 계산이었다.

 애드먼튼에 남쪽으로 10분 Nisku산업단지 그리고 그 바로 밑에 붙어있는 Leduc이라는 애드먼튼의 위성도시, 공항이 이쪽으로 이전하면서 신도시 필이 강하게 났다. 우리같은 Young family에게는 왠지 안성 맞춤일 것 같았다. 장모님 댁에 갈때마다 보았지만 막상 정착지로 생각해 본적이 없서 그땐 몰랐는데 생각해 볼수록 맘에 들었다.

 바로 와이프와 상의해서 결정하고 일자리 물색에 나섰다. 캐나다서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군필 후 바로 넘어온지라 졸업장도 없고 갖은 거라곤 캐나다서 10년 일한 경력밖에 없던 터라 취업문은 좁게만 느껴졌다. 영어 성적은 시민권 지원때 본 CELPIP 스피킹 리딩이 전부였다.

  일단 무작정 찾기 시작했다. 한 사흘 찾다보니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General labour 카타고리에 해당하는 것 뿐이었다. 캐나다는 기술직이 보수도 좋고 사회적으로 평판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바닥 부터 시작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기술직 일자리는 어떤 길로 들어가야 발전이 있을까 알아보던 중 캐나다 도제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지만 설명이 길어 질 듯하니 일단 각설하고, 영문 이력서를 작성 예전에 영주권 준비한 서류들중에 대학교 성적증명서를 찾아 첨부하고 운전면허증, CELPIP 성적표, 같이 일했던 캐네디언 코워커한테 레퍼런스란에 이름 쓰겠다고 허락 받고 하니 제법 그럴듯 해 보였다.

  아직 벤쿠버에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취업 싸이트  Indeed로 검색해서 Nisku산업단지 근처에 나와있는 가능한 모든 일자리를 지원하니 50곳은 족히 됐다. Leduc에 있는 Retail service업종중 맘에 드는 곳도 몇 군데 지원해두고 이렇게 한 열흘을 보내니 2019년 7월 마지막주가 지나갔다.

  7월30일 리둑으로 이사를 올때까지 딱 한군데에서 인터뷰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을 뿐 깜깜 무소식 그나마도 벤쿠버에 있을때라 기다려 달랬더니 물 건너가고, 당장 인컴이 없기에 속이 탔다. 너무 취업 스트레스에 이사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일단 몇일을 쉬고. 몸과 마음을 충전 후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지금껏 온라인으로 지원했던 회사들 중 가능성 있어보이는 곳 10군데를 뽑아서 커버레터로 이력서를 커스터마이즈 해준후 직접 방문 시작,

  첫날 5 곳을 돌리고 집에 왔는데 바로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Metal fabrication shop에서 인터뷰 보러 오란다. 그 즉시 달려가서 인터뷰를 보는데, 그 회사는 철재를 가공하는 곳이었다. 매니저와 샵을 둘러보며 묻고 답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지만, 저녁에 전화로 퇴짜 통보를 받았다. 인터뷰때 너무 말이 잘 통했는데 다른 지원자가 맘에 들었다고..배신자.

  온라인으로 50곳 중 한 곳 인터뷰, 발품파니 5곳 중 한 곳 인터뷰. 10배나 확률이 올랐다. 바로 다음날 다시 나머지 5 군데..하지만 무소식. 이젠 기다릴 수 밖에….

  다시 며칠이 흐르고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갔나 하며 풀이 죽었다. 계속 온라인 취업 사이트만 쳐다 보고 있자니 서글퍼졌다. 이대로 끝낼 순 없지  방문 지원했던 10곳 중 제일 가능성 있어보이는 한 곳을 찍어서 회사 웹사이트를 탐색했다. 그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한 뒤 대표 이메일로 메일을 썼다,

  일단 사이트를 보고 받은 이 회사의 이미지에 대해 독후감을 쓰고 그 밑에 내 소개를 하고 온라인 지원, 방문지원 한 것을 언급 열정을 보이고, 제발 인터뷰 기회라도 주세요 구구절절히 사정을 한 후 이력서를 첨부해서 보냈다. 답장이 안오면 올때까지 매일매일 보낼 작정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다음날 기적적으로 인터뷰 연락이 왔다. 바로 달려갔다. 사장님이 직접 인터뷰를 봐 주었다. 작은 건설회사였고 다음날 현장직으로 채용이 됐다. 이런 뛸듯 기뻣다. employment contract에 싸인을 하고나니 감격에 눈가가 찡했다. 그 후 3 개월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현재는 혹독한 알버타의 겨울을 건설현장에서 온몸으로 맞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캐나다 이민 13년만에 처음으로 캐네디언 회사에 취업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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